가. 치핵 (hemorrhoids)
1) 정 의
치핵은 일반적으로 ‘치질’이라는 단어로 많이 쓰이고 있으나, 올바른 용어는 ‘치핵’입니다. 원래 치핵조직은 배변시 항문괄약근을 보호하고, 평상시에는 항문이 완전히 닫힐 수 있도록 해 주는 혈관 및 결체조직으로 이루어진 완충(cushion) 역할을 해 주는 조직입니다. 그러나 어떤 원인으로 인해 정상적인 치핵조직이 커지고 부어 오르게 되고, 반복적으로 배변 시 힘을 쓰게 되면 악화가 되어 항문 밖으로 밀려 나와 병적인 상태의 ‘치핵’이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치핵이라 함은 병적인 상태가 된 경우의 치핵조직을 의미합니다.

2) 치핵 발생의 병태생리
병적인 치핵이 발생하는 기전으로는 반복적인 배변과정을 통하여 체핵의 혈관조직이 울혈로 인하여 늘어나고, 이들 혈관조직을 근육에 고정시켜주는 결체 조직들이 탄력성을 잃어 늘어나게 되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치핵 환자에서 출혈이 있는 경우는 배변시 이와 같이 약해진 조직이 국소적으로 손상을 받아 발생하는 것입니다.
치핵의 발생에 기여하는 인자로는 단단한 변,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 동안 무리하게 힘을 주어 배변하는 습관, 그리고 임신이나 간경화, 복부 종양 등 복압이 상승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직업적 요인이나 유전적 요인도 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합니다. 그러나 치핵이 발생하는데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각 개인의 배변습관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3) 내치핵
내치핵은 일반적으로 통증이 없습니다.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내치핵 내에 혈전이 생기거나 괴사가 일어난 경우입니다. 주된 증상으로는 출혈과 직장의 포만감, 및 점액배출 등이 있습니다.
분류는 1-4도로 나누어지는데, 그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1°: 출혈만 있는 경우
② 2°: 출혈 + 돌출 (자연적으로 환원)
③ 3°: 출혈 + 돌출 (손으로 환원)

④ 4°: 출혈 + 돌출 (환원되지 않고 계속 항문 밖으로 돌출된 상태)

치열은 항문관 상피가 치상선 아래 부위에서 갈라지는 것입니다. 주로 항문의 후방부(90%)에서 발생하며, 간혹 전방부(10%)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주된 증상은 주로 배변시 나타나는 항문 통증이며, 피가 휴지나 변에 묻게 됩니다. 이는 치핵의 경우 피가 변기에 떨어져서 수세식 화장실의 물을 붉은 색으로 변조시키는 것과 대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 항문,직장의 감염증
1) 항문,직장 농양
항문선에서부터 시작되어 주위 조직으로 파급되어 발생합니다.

2) 치루 (fistula-in-ano)
치루는 육아조직으로 된 섬유성 관으로 항문관이나 직장에 내공(1차 누공)이 있고 항문주위 피부에 1개 또는 그 이상의 외공(2차 누공)을 가지는 질환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항문선의 염증으로부터 시작되어 발생하지만, 드물게 외상, 결핵 및 크론병에 의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항문질환의 진단을 위해서는 이 부위에 관련된 증상에 대한 정확한 병력청취, 항문부위의 시진 및 촉진, 그리고 직장수지 검사가 가장 기본적으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이들 기초적인 검사소견을 토대로 정밀검사를 의뢰하게 됩니다.
가. 병 력
항문 및 직장질환에서 중요한 병력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① 출혈 : 배변시 혹은 배변과 상관없이 출혈되는지..
출혈량 (배변시 묻어 나오는 정도인지, 아니면 변기에 떨어지는지)
② 탈출 : 배변시에만 탈출되는지, 아니면 항상 나와 있는지..
자연적으로 복구되는지, 아니면 손으로 밀어 넣어야 복구되는지...
③ 부종 : 진통, 혈변 또는 배농의 동반 여부
④ 통증 : 배변시에만 있는지 아니면 다른 때도 있는지, 통증의 양상은 어떤지
⑤ 배설물 : 농성, 장액성인지..
⑥ 배변습성 : 변비, 설사, 약물의 복용여부
⑦ 배변자제 : 변이나 방귀의 감지능력과 조절능력이 있는지
⑧ 복통과 기타증상 : 통증, 구토, 식욕부진, 방귀 같은 복부증상 여부
⑨ 기왕병력 : 항문질환 수술여부, 기타 과거력

나. 항문의 이학적 검사
항문질환의 진단을 위해서는 항문 부위의 시진과 항문경 검사를 위한 좋은 조명이 필수적입니다. 직장검사를 반드시 시행하여야 하므로 고무 장갑과 윤활제가 필요합니다.
항문 부위의 진찰시 다음의 사항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1) 시 진
가장 중요한 검사이나 일반적으로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검사입니다. 치열, 혈종, 사마귀, 항문소양증 등은 간단한 시진으로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치핵의 경우, 시진상으로는 정상이나 환자에게 배변시와 같이 힘을 주게 하면서(straining) 관찰하면 치핵이 항문 밖으로 돌출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치핵의 경우 항문수지검사로서 발견하기가 어려우므로 반드시 배변시 돌출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가 누워 있는 자세에서 배변시와 같이 힘을 주기가 곤란하면, 환자를 화장실에 다녀오게 한 후에 관찰하는 것도 중요한 진단방법입니다. 실제로 배변시 돌출되는 치핵의 정도는 치료방법 및 범위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므로 반드시 돌출되는 정도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시진을 통해 항문괄약근의 수축 정도도 육안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촉 진
항문부위의 병소를 검사할 때 촉진함으로써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문주위 농양이나 혈전은 통증이 있고, 치루가 있으면 내외 누공 사이의 치루도가 만져집니다.
3) 직장수지검사
반드시 시행하여야 하는 중요한 검사입니다. 인지를 항문에 부드럽게 삽입하여 항문 및 직장에 이상소견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치열이 있는 환자의 경우 통증을 호소합니다. 직장수지검사시 종괴가 만져지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합니다(직장수지검사를 시행하지 않는 경우 가끔 직장암 등의 병변늘 놓지게 되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울러 항문괄약근의 평상시 긴장도를 확인하고, 환자에게 항문을 수축하라고 하여 수축력을 측정합니다(배변실금환자의 경우 항문괄약근의 수축력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환자에게 배변할 때와 같이 힘을 주게 하여 배변시 괄약근이 이완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여자들의 경우 질쪽으로 배변시 직장이 돌출되는 직장루(rectocele)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또한 농양이 있는 경우 항문관 내에서 촉지시 통증을 동반하는 종괴가 만져질 수 있으며, 치루 환자의 경우 내공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 기타 검사
직장 및 항문의 질환의 진단을 위한 기타 검사로는 에스결장경검사, 대장조영술, 대장내시경 검사 등이 있으며, 이들 검사를 적절히 의뢰하여 직장 및 항문의 질환 뿐만 아니라 대장의 다른 부위에도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항문 및 직장에 대한 특수검사로서 항문?직장 초음파검사, 항문?직장 내압검사, 근전도 및 음부신경 전도 검사, 배변조영술 등이 각종 질환의 진단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라. 항문?직장의 감염증
심한 동통을 동반하는 종괴를 촉지함으로써 진단합니다.

마. 치루 (fistula-in-ano)

외공으로부터 고름이 배출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가능합니다. 잘 만져보면 치루관의 길이 만져집니다. 직장수지 검사상 항문관 내에서 내공이 만져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공이 항문의 앞쪽에 위치한 경우 내공은 항문으로 이어지는 직선상에 있게 되며, 외공이 항문의 뒤쪽에 위치하는 경우 치루길은 커브를 이루면서 그 내공이 후방 정중앙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러나 예외가 많기 때문에 내공의 위치를 마취하에 정확하게 찾아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치핵
치핵이 골반 원인의 변비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지를 감별하여야 합니다. 골반 원인의 변비의 경우 환자는 변의를 느껴 화장실에는 가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변이 시원하게 나오지를 않는 증상을 호소합니다. 이러한 증상이 있으면, 골반 원인의 변비에 대한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여야 합니다.
또한 항문 출혈의 원인이 치핵 이외의 다른 대장 질환에 의한 것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감별이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도 대장암 및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40세 이상의 성인의 주증상이 출혈인 경우 반드시 에스결장경이나 대장내시경 혹은 대장조영술을 시행해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 치핵
급성기에는 주로 보존적 치료로서 섬유질 제제 및 온수 좌욕 등을 시행하면 되며, 만성화 된 경우에는 내괄약근 절개술(lateral internal anal sphincterotomy)을 시행하면 90-95%의 성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nitroglycerin 제재를 국소 도포하는 치료법이 소개되어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 항문?직장의 감염증
진단을 내리는 동시에 절개술을 시행하여 배농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입니다. 다른 부위의 농양과는 달리 말랑말앙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으며, 항생제를 쓴다고 해서 호전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배농술을 시행하는 경우 50%에서는 다행히 완치가 되지만 50%에서는 치루(anal fistula)가 발생합니다.
수술후 좌욕을 시행함으로써 배농을 촉진시키고 동통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보조적인 항생제는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가 아니면 특별히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2) 치루 (fistula-in-ano)
치료는 장기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두는 경우 드물기는 하지만 항문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치루의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인데, 수술의 원칙은 괄약근간면에 있는 1차 병소(즉 항문선)을 제거하고, 1차 및 2차누관을 처리하여 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절개노출법을 시행하는데 이는 누관에 관련된 괄약근을 포함하여 모든 조직을 절개하여 상처가 밑에서부터 차 나와서 치유시키는 방법입니다.
치루 수술에서 중요한 점은 배변조절 기능에 장애가 없을 정도로만 괄약근을 절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치루의 근본적인 수술시 괄약근이 배변조절 기능에 장애가 있을 정도로 손상이 예상되면 괄약근을 보존하는 술식을 선택하여 시행하여야 합니다.
치루 수술은 치루의 유형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여야 하며, 다양한 종류의 술식들이 개발되어 임상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결핵에 의한 치루가 아직까지 간혹 발견되고 있는데 대부분 폐결핵이 동반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치루조직을 반드시 조직검사를 의뢰하여 결핵이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핵에 의한 치루의 경우 폐에 활동성 병변이 있으면 결핵치료를 2-3개월 시행후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비활동성이거나 다른 부위에 결핵이 없으면 즉시 수술을 시행하여도 됩니다.
또한 크론병의 경우 전체 환자의 약 35%에서 항문에 병변을 동반하게 되는데, 다수의 환자에서 치루가 동반되어 있습니다. 크론병에 의한 치루는 굉장히 복잡한 예가 많고, 괄약근의 침범 범위가 넓기 때문에 가급적 보존적인 수술을 시행하고, 약물요법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치핵의 치료
크게 보존적인 치료법과 수술적인 치료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중간 단계의 치료법으로서 환상고무결찰술, 부식제 주입치료법 등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여러 치료법이 소개되고 있으나 (냉동요법, 적외선 응고법, 전기소작술, 레이저 소작술 등등), 그 효과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발표가 없는 실정입니다.

가) 보존적 치료법
주로 1-2도의 경미한 치핵에서 이용됩니다. 치료 방법으로는 섬유질 제제(dietary fiber)를 투여하고,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앉아서 힘을 많이 주지 않도록 교육을 시키며, 온수 좌욕 (목욕하기 좋은 온도의 물에 한 번에 5-10분 정도 항문을 담그는 것으로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괄약근을 이완시켜 즘으로써 치핵 증상을 완화시키고 항문을 청겨라게 해 줍니다)을 시행하도록 권유합니다.
최근에 다양한 종류의 경구용 치핵제재가 개발되어 판촉활동이 활발하지만 그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흡한 실정입니다. 또한 좌약 및 연고제재는 통증이나 출혈 등의 급성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니다.

나) 고무밴드 결찰술 및 부식제 주입술
주로 2-3도의 치핵에 사용되는 방법으로 고무밴드 결찰술의 경우 치상선의 1-2cm 상방에서 늘어진 치핵조직을 묶어 주는 것이고, 부식제 주입술의 경우 5% phenol and almond oil의 혼합액을 점막하에 주입하는 방법입니다. 두 방법 모두 치상선 상방의 항문내피는 감각이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시술되는 것으로서 그다지 심하지 않은 치핵에서 적용됩니다.
다) 치핵절제술
치핵치료의 가장 근본이 되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인 수술 적응증은 ① 큰 3。, 4。 치핵, 내치핵과 외치핵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 ② 급성으로 혈전이 형성된 치핵 및 통증을 유발하고, 괴저로 진행될 위험성이 있는 탈출성 치핵, 그리고 ③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 등입니다.
그러나 수술을 고려함에 있어서 수술의 적응증은 결국 환자 자신의 의사 결정이 중요하므로 환자의 의도를 항상 염두에 두고 결정하여야 합니다.
수술방법은 외과의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된 수술과정은 비정상적으로 늘어진 치핵조직을 제거한다는 것입니다. 치핵수술에서 중요한 점은 치핵조직을 가능한 한 많이 제거하면서도 항문관 상피를 적절하게 보존하는 것입니다. 항문관 상피를 너무 많이 제거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항문관의 협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수술하더라도 치핵이 재발한다는 우려 때문에 수술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 수기가 발달하여 과거보다 더욱 더 근치적인 수술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과거에 비해 재발률이 낮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수술후 주로 문제가 되는 합병증으로는 출혈 및 항문협착 등이 있는데, 이러한 합병증의 발생빈도는 극히 낮습니다.